서울 중구청 공무원, 월호스님 ‘아바타 명상’에 푹 빠지다
중구청 초청 월호스님 명상강연
150여명 공무원 힐링하며 '안심'
극심한 스트레스 해소하는 ‘비결’
중구불교협의회-중구청 협약체결
지역복지와 자비나눔 실천행 서약
“명상은 ‘멍때리기’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화내고 욕심부리고 분노하는 ‘나’를 단지 ‘아바타’로만 여겨보세요. 어차피 이 세상은 가상현실입니다.” 11월19일 서울 중구청 3층 기획상황실에 모인 150여명 공무원을 향해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이 ‘아바타 명상’을 제시했다.
날마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이따금 과격하고 무례한 민원인들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구청 직원들은 진중하고 무거울 줄 알았던 스님의 강연이 유쾌하고 명쾌하게 펼쳐지자 놀라워했다. 공무에 지쳐있는 20~30대 직원들에게 월호스님은 노래하듯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받쳐서 무엇하나, 일생 일장춘몽인데 웃을 일이 생겨야 웃으려 하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스스로 소리내어 웃으며 주인공이 돼라”고 하면서 ‘중구청 초청 월호스님의 명상강연’은 시작됐다.
스님은 “들숨과 날숨에 대한 마음챙김을 닦고, 마음챙김을 거듭 행하면 실로 큰 결실과 이익이 있다”며 간단한 호흡명상법도 소개했다. “허리 펴고 눈 감고 입을 다물고 코밑에 손가락을 대고 코로 들숨 날숨 호흡을 하면서 내 마음을 코 밑에 둔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겁니다. 내 마음을 내 몸 밖 허공에 내놓는 연습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명상법입니다. 이렇듯 내 마음을 볼 줄 알아야 내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비결입니다.”
스님의 몸짓을 따라 하고 호흡명상을 체험하면서 경직돼 있던 직원들 표정은 점차 환해졌다. “몸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마음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하고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 모든 존재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합니다. 모든 존재는 이름이 있을 뿐 실체가 없습니다. 어제와 내일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른 이유입니다. 모든 존재는 마치 꿈과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갯불과 같습니다. ‘마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다’는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로 살면서 ‘윤회게임’을 하는 것일 뿐, 힘든 일이 생기면 그저 잠시 게임이 안풀리는구나 여기면서 집착과 욕심없이 살아가면 됩니다.”
공무원 직군이 스트레스에 비교적 많이 노출되는 현실을 감안한 스님은 짧은 강연에도 다양한 예시와 방편으로 직원들에게 안심과 행복을 전하려 애썼다. “난초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종자를 퍼뜨리려고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깨달음의 꽃을 피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나를 괴롭혀준 그 사람 ‘덕분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고 그럼으로써 내공이 깊어진다면 좋지 아니한가. 내가 사랑하는 그가 몸과 마음이 밝아지길 발원하듯, 내가 미워하는 그도 몸과 마음이 밝아지길 염원해보시라”고 했다.
스님은 애플사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불교적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양자역학을 통한 불교의 진면목을 설명하는 등 불자가 아닌 이들도 공감할만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전해 눈길을 끌었다. 강연에 동참한 나경미 행정지원과 주무관은 “명상을 배우는 자리인줄만 알았는데 스님께서 우리들 마음 다스리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너무나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연에 앞서 서울 중구불교협의회장 소임을 맡고 있는 월호스님은 김길성 중구청장과 중구 지역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중구 관내 취약계층 발굴 및 연계 지원과 소외계층 지원사업과 돌봄·교육·건강증진·재능나눔 활성화 사업, 지역민과 종교인이 함께 하는 문화예술 진흥사업, 종교시설 유휴공간 활용 및 공유·나눔 등이다.
협약식에서 월호스님은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이고 서울의 중심은 중구인데, 중구청과 우리 중구 불교단체가 힘을 모아 중구민들의 행복과 복지에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며 “최근 우리 조계종에서 선명상을 보급하는데 중구에서도 명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어 자살과 우울증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는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길성 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을 보살핌에 있어 종교의 역할과 구청의 역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중생구제라는 부처님 가르침과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다르지 않으므로 서로 손을 맞잡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겠다”면서 “중구에는 동국대라는 보물이 있지만 동국대와 더불어 우리 불교계까지 힘을 모아 자비나눔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약식 자리에는 김길성 구청장과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을 비롯 중구불교협의회 소속 향천선원 혜림원장, 무학사 주지 해암스님, 하용수 포교사단 서울지역 부단장, 신현주 우리는선우 사무국장 등이 함께 했다.
출처 :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