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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평화, 어디까지 닿을까?”…평화명상에 잠긴 접경지역

2024-11-04 13:16:46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8

민추본, ‘남북화해기원 평화명상걷기’ 개최
10월30일 양구 두타연·화천 평화의종 방문

사무총장 덕유스님 비롯 동국대생 60여 명
첫 ‘평화명상’ 펼쳐…위기 극복 위한 새 시도
홍대선원 준한스님 지도로 걷고 명상하고

“남북평화는 내 마음의 평화에서부터 시작
갈등·적대는 그만…염원 모아 평화 전하자”

10월30일 강원 화천 평화의종 앞에서 민추본과 홍대선원 회원, 동국대 학생들이 평화통일을 화두로 명상을 하고 있다.
10월30일 강원 화천 평화의종 앞에서 민추본과 홍대선원 회원, 동국대 학생들이 평화통일을 화두로 명상을 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평화가 실현되는지 아시죠? 내 마음이에요.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 주변을 밝히고, 그런 분들이 모였을 때 더 큰 평화가 실현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북평화의 시작은? 바로 내 마음부터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열을 맞춰 지나다니는 남북접경지역에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학생부터 중장년 불자들이 모여 명상에 빠져들었다. 화두는 ‘평화’다. 남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 내 마음 속 갈등과 혐오를 없애 남북평화까지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개개인이 만들어낸 마음의 힘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민추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양구 두타연 금강산 가는 길 걷기에 앞서 평화통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추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양구 두타연 금강산 가는 길 걷기에 앞서 평화통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명상에 앞서 화천 평화의종을 울리는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 홍대선원 준한스님과 참가자들. 
명상에 앞서 화천 평화의종을 울리는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 홍대선원 준한스님과 참가자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태효스님, 이하 민추본)가 10월30일 강원 양구 두타연, 화천 평화의종 일대에서 ‘남북화해기원 평화명상 걷기행사’를 개최했다.

올해 걷기행사에서는 남북관계 위기와 K-명상 대중화 흐름에 따라 ‘평화명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도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은 “현재와 같은 위기에서 무엇이든 해보고자 행사를 준비했다”라며 “상황이 많이 어렵지만,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평화통일을 이끌 미래세대 청년 불자들도 함께했다. 동국대 북한학과(학과장 황진태 교수)와 사회과학대 불교동아리 템플애플 학생, 민추본 및 홍대선원 회원 등 총 60여명이 동참했다.

평화명상 프로그램은 다채롭게 꾸려졌다. 걷기, 좌선, 와선명상 외에도 함성을 지르거나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마음을 바라보는 등 이색 명상도 진행됐다. 명상을 지도한 홍대선원 주지 준한스님은 “조용한 것만이 명상이 아니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 명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양구 두타연을 방문, 걷기명상을 하는 모습.
두타정 앞에서 평화의 함성.
함성을 지른 뒤 즐거워하는 학생들.

참가자들은 양구군 민간인출입통제선 북방에 위치한 두타연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최전방에 자리한 두타연은 장안사까지 32km 떨어져 있는 금강산 가는 길목이자, 출입이 통제돼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생태길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일렬로 묵언하며 두타연 길을 걸었다. 대학생들은 핸드폰도 바라보지 않고 묵언으로 걷는 순간이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미소 지었다. 두타정 계곡 앞에 다다라 염원도 쏟아냈다. 60여명 대중이 “평화통일” 함성을 외쳤다.

동국대 학생이 친구의 등을 빌려 평화 화두를 쓰고 있다. 
"평화통일" 화두를 적은 학생들.
저마다 화두를 들고 단체사진.
평화의종 앞에서 본격 명상이 시작됐다.
명상하는 참가자들 모습.
"이타심이 가득한 남북이 되기를"

화천 평화의종 앞에서는 본격 명상이 진행됐다. 평화의종은 전 세계 30여개 국 분쟁 지역에서 보내온 총알과 포탄의 탄피를 모아 만든 뜻깊은 종으로, 높이 4.7m, 무게 37.5m에 달한다. 참가자들은 평화의종을 거대한 싱잉볼 삼아 타종한 뒤, 요가매트를 들고 대열을 갖췄다.

준한스님 안내에 따라 평화를 향한 명상이 시작됐다. 풍경은 특별했다. 다소 왁자지껄했던 평화의종 일대는 일순간 고요해졌고, 그 사이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열을 맞춰 지나다녔다. 20여 분간의 명상이 끝날 때쯤 코를 고는 소리도 들렸다. 준한스님은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것”이라며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잠이 들었겠나”라고 웃으며 격려했다.

김민수 씨(24)는 “그간 평화통일이라는 걸 과연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삭막한 접경지역과 발길이 닿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니 오묘한 감정이 든다”라며 “이상을 높게 잡아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니 평화통일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겠다”라고 말했다.

미소를 머금고 명상에 집중했던 윤지웅 씨(46)는 “한국 불자들을 시작으로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퍼졌으면 좋겠다”라며 “염원을 계속 키우겠다”고 전했다.

민추본 회원들에게도 특별한 체험이었다. 남북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야외에서 이같은 명상을 한 적은 없었다. 회원들은 “정말 소중했던 경험”이라며 “늦가을 야외에서 평화로움을 느껴 그저 좋고 좋았다”고 했다.

와선명상도 진행됐다.
와선명상도 진행됐다.
누워서 호흡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누워서 호흡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가을 하늘 청명하여 막힘이 없으니 우리 민족 또한 이와 같아라" 화두를 올려두고 명상하는 동국대 학생.

한편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평화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창희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외래교수는 ‘코리아 리스크’를 주제로 미니 강의를 열고 이날 행사를 갈무리 지었다. 이 교수는 “한반도가 긴장되면 코리아 리스크로 외자 유치시 금리가 상승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지금은 입장을 정하기 이전에 서로에 대한 이해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오늘처럼 지속적으로 평화통일을 목소리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미니 강의를 끝으로 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북평화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는 일이라는 다짐을 공유하고 되새겼다. 그러다보니 화두를 푼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은 것부터 이뤄야 큰 걸 이룰 수 있으니까, 우선 주변 분들과 화합하도록 환하게 웃겠습니다.”-홍대선원 회원 윤지웅

“웃음이 나오지 않더라도 웃겠습니다. 때로는 인위적인 노력이 습관이 되고 내 것이 되기도 하니까요.”-홍대선원 법여스님

“친구와 가족에게 친절하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서로에게 무심한 시대 같아요. 제 작은 마음이라도 바로 잡으면 잘 되지 않을까요?”-동국대 북한학과 1학년 이준형

화천 평화의댐 앞에서 강의하는 이창희 교수.
화천 평화의댐 앞에서 강의하는 이창희 교수.
화두 모아 평화로.
화두 모아 평화로.
"내 마음의 평화는 내 가정과 조국, 한반도, 세계의 평화다!" 
경계 없는 한반도.


출처 :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