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하는 봉선사 선명상 축제 ‘성황’
2024국제선명상대회 일환 색다른 ‘마음 축제’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봉선사 일대 '마비'
호산스님 지도로 반려견 함께 5분 선명상
봉선사 연밭에 반려견 동반 걷기명상 ‘인기’
반려견 염주 목걸이 만들고 식물성 간식도…
MZ세대 반려인, 불교의 열린 감성에 ‘환호’
“지금 평화와 조화의 빛으로 가득한 이 순간을 온전히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 반려견과 함께 함을 행복으로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 반려견들이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지금 이순간 모든 생명과 하나가 됩니다.” 9월29일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연밭 특설무대.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은 ‘반려견과 한께 하는 선명상 축제’에서 100여명의 반려인들과 한자리에 모여 앉아 ‘생명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봉독했다. 이 날 ‘반려견 선명상 축제’는 종단 차원에서 전날 광화문에서 성대하게 개막한 ‘2024 국제선명상대회’ 일환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민 행복 프로젝트’ 선명상 보급 차원에서 거행됐다.
봉선사가 주관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선명상 축제’는 반려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선명상을 통해 진정한 마음 챙김의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마련됐다. ‘색(色)다른 마음 챙김 프로젝트’라는 테마처럼 반려견과 선명상을 접목시킨 이색적인 축제에 ‘MZ세대 반려인’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SNS에는 3000여명이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축제가 열린 9월29일에는 봉선사에 이른 아침부터 구름처럼 인파들이 몰렸고, 오후 늦게까지도 들어오는 차량행렬로 봉선사 일대는 마비가 됐다.
오전 11시 봉선사 큰법당 특설무대에서는 내빈들과 반려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개막식이 봉행됐다. 광동학원 이사장 인묵스님의 개식선언을 시작으로 봉선사 교구장 호산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처음으로 열리는 ‘반려견 선명상 축제’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선명상을 중심으로 반려견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자리”라며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을 겪어야 할 팻로스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 등을 알아보며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호산스님은 또 “이번 선명상축제를 통해 반려견이 단순한 동물이 아닌 소중한 생명체로서 반려동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고취하고, 건강한 반려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로 기대한다”며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반려인 가구는 새로운 불교의 포교계층”이라고 강조했다. 호산스님에 따르면 ‘팻케어’ 분야는 ‘반려견 천도’뿐 아니라 ‘반려견 템플스테이’ 등 사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 문턱을 낮추고 포교로 확대하여 반려인들이 마음 편하게 사찰에 방문할 수 있는 통로다.
호산스님은 특히 단상에 봉선사서 함께 사는 반려견 ‘쿠니’를 소개하면서 스님 역시 반려인임을 알렸다. 스님은 “봉선사 주지로 들어올 때 10여년 넘게 키운 쿠니도 데리고 와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며 “쿠니는 신도들과 방문객들이 봉선사에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다”고 하면서 “<열반경>에 ‘일체중생(一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불성이 있다는 말인데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 안정감을 주는 반려견들이 단순히 ‘가축’이 아닌 ‘반려견’이 된 것을 보면 우리가 각기 가진 불성이 공명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내빈들이 축사도 이어졌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교구장 호산스님은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새롭게 추진하는 선각자”라며 “반려견 선명상 축제를 응원하고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주 국회의원은 암 투병중인 ‘아찌’라는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서 가슴뭉클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날마다 늦은 시간 퇴근하면 반갑게 맞아주는 아찌가 이뻐서 안아주면 5분여간 서로의 숨결과 숨소리를 느낀다. 어쩌면 아찌와 함께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과 같고 그 5분동안 피로가 싹 풀리고 우리 둘 다 행복한 마음을 함께 나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오늘 봉선사에서 열린 의미있는 축제를 잘 즐기고 국회에 가서는 제도적으로 반려견을 온전하게 보호하는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이경숙 남양주시의원은 “반려견과 함께 걷고 명상하면서 반려견을 위한 시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박인호 보노몽 대표는 “상월결사 천막결사로 큰 감동을 주신 호산스님이 오늘 반려견 선명상 축제를 열어 생명사상을 존중하고 이타심을 배가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5분간 호산스님이 직접 선명상을 안내하기도 했다. 호산스님은 고요한 가운데 들숨과 멈춤의 호흡을 이끌었고 반려견과 산책중이나 일상에서도 명상을 생활화할 것을 제안했다. “강아지들은 묵언수행을 하지 못하지만 반려인 여러분들이 고요한 마음에 명상을 하면서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지’ 참구하면서 오늘 좋은 인연으로 회향하길 바란다”고 말하자 경내는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어 호산스님은 ‘쿠니’와 함께 스님들과 지자체 대표들과 국회의원, 신도들과 행렬을 이루면서 걷기명상이 시작됐다. 반려견들로 인해 다소 혼잡했지만 ‘연밭 걷기명상’은 늦여름 연꽃이 자태를 뽐내면서 반려견과 교감하고 명상하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뤘다.
오후 1시부터는 봉선사 사찰음식관인 채운관에서 황윤슬 반려동물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느루’ 대표가 진행하는 ‘반려견을 위한 식물성 간식 만들기’가 열렸다. 이 날 메뉴는 단호박찜. 사전에 예약신청한 반려인들 2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반려견을 위한 건강식 단호박찜을 만드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황 대표가 “오늘 간식은 무농약 무항생제 유기농 식품으로 반려견들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자 참가자들은 반색을 보였다. 반려견을 위한 식물성 간식 만들기에 참석하여 팔을 걷고 나선 광동중 송채아(14) 양은 “우리집에서 8살 ‘만두’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만두를 위해서 의미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는 봉선사 청풍루에서 반려견 전문가 이웅종 교수와 미국 하버드 대학원 고전문헌학 박사 배철현 대표가 나서 반려견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교육법을 전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봉선사 경내 곳곳에는 다채로운 체험부스가 꾸려져 반려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힐링 펫타로, 페이스페인팅, 반려견을 위한 발원, 최상의 행복을 찾는 도그요가 테라피 등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반려견을 위한 염주목걸이를 만드는 부스가 큰 인기를 얻었다. 9살 반려견 ‘여시’와 함께 반려견 염주목걸이를 만든 강연아(48, 법명 무량명) 씨는 해인사 백련암 신도로 3000배 수행이력이 있을 정도로 불심이 깊다. 강 씨는 “우리 여시에게 불성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오늘 선명상 축제에 참석하게 됐다”며 “여시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발원하면서 염주목걸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봉선사 신도들과 불교대학 동문들, 어린이법회 친구들이 다양한 용품들을 가지고 나와 바자회를 열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반려견 ‘쿠키’를 데리고 바자회에 참석한 봉선사 어린이법회 이다혜(10) 양은 “쿠키와 함께 절에 와서 여러 가지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재밌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날 봉선사 선명상 축제에는 봉선사 능엄승가대학원장 정원스님과 광동학원 이사장 인묵스님,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교육원 교육부장 덕민스님, 중앙종회의원 법륜스님 등 스님과 지자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출처 : 불교신문